소개

비욘드 리얼리티

비욘드 리얼리티

가상 현실은 그 출발부터 '가짜'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창작자들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때 열심히 참조하는 것은 '현실', '현실의 지배적인 미디어'였음에도 가상현실은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가상현실이라는 이름 때문에 영화제의 곁들여진 이벤트처럼 대해 지거나 영화의 아우라에는 범접할 수 없는 시시한 이미지들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은 이미 ‘환영’ 속에서 진실을 길어올리는 해석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상현실 콘텐츠를 대할 때에도 동일한 태도가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비욘드 리얼리티',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의 다양한 층위들을 섬세히 들여다보고, 그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감각을 나누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상현실 작품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지 이제 6년째를 맞이한다. 세상도 작품도 참 많이 변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그야말로 가상현실 같은 현실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상상보다 오랫동안 삶의 이곳저곳을 지배하면서 그동안 현실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익숙했던 것이 낯설어졌고,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이미지와 정보들은 점점 더 양과 범위가 커져가고 있고, 우리 삶의 일부가 아니라 많은 부분을 점유해가고 있다. 빠른 통신 속도는 이러한 움직임을 더 빠르고 강하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은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사실 팬데믹 때문에 세상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예전부터 대면과 ‘비대면’의 수많은 방법을 섞어서 소통하고 생활하고 있던 인류가 '비대면'적인 감각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우리는 비대면 언택트의 인터페이스를 비자발적으로라도 체화시킬 수밖에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나더라도 우리는 이 괴이하고 텁텁한 구역을 통과한 데 대한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와 정보로 구축된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관계와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들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 과정에서 습득한 감각은 그동안 비욘드 리얼리티가 상상하고 추구했던 감각이다. 현실에 덧씌워지거나 순전히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가상의 이미지와 정보들'이 점점 우리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들 것이고, 보이지 않지만 실재했던 것들을 불러오고 경험하고 소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 예전에는 만질 수 없었던 것을 '가상'으로 재현해 내고 이것들과 교감하는 감각. 이 감각들이 낯설지만 일깨워지고 있다. 낯선 것들도 점차 익숙해지면 당연해지게 된다. 수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 축제를 즐기며 꿈꾸던 것은 삶이 영화적이 되는 것 혹은 영화의 이야기, 공간 속에서 살아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제가 추구하는 것은 '비욘드 리얼리티', 현실 너머의 순간을 느껴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직은 불편하고 낯설지만 새롭게 잉태된 이 감각에 집중해보자. 현실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레이어들을 분별해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만져보고 움직여보는 감각. 현실 너머의 것들을 먼저 감지하고 상상했던 아티스트들이 우주탐사선처럼 탐험하고 온 기록들이 올해도 비욘드 리얼리티를 찾아온다. 우리의 감각은 어디까지인가. '현실'이라는 믿음을 어디까지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경험하고 느껴보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XR큐레이터 김종민

2021년 비욘드 리얼리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beyondreality.bifan.kr 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