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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보위 추모전: 지구로 떨어진 검은 별

과연 어떤 단어로 그를 설명할 수 있을까. 데이빗 보위는 언제나 ‘과거의 자신과 단절’하려 애쓴 아티스트였다. 따라서 비개연성은 필연적이었다. 즉, 조리 정연한 인생의 서사 따위 그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글램록을 하는가 싶더니 베를린에 가서 당대의 전자음악을 실험했고, 1990년대 일렉트로닉의 영역에 침투했다가 2016년 마지막 앨범 에서는 재즈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방대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영화쪽에서도 이런 자유분방한 행보가 이어진다. 말하자면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커리어를 통해 스스로를 종잡았던, 그런 아티스트였다. 그러므로 ‘데이빗 보위 추모전’에서 무언가 매끈하게 전개되는, 질서 있는 흐름과 연속성을 포착하려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무리한 시도가 될 것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데이빗 보위만의 존재감, 그 자체를 즐기는 게 더 정확한 감상법이 아닐까.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악마의 키스>, <전장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라비린스> 까지. 올해 부천에서 다시 만나게 될 영화 속의 그는 음악을 할 때 만큼이나 근사하고 아름답다. 이번 추모전을 놓치면 앞으로 극장에서 다시는 보지 못할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마시라. 40대가 되니까 좀 알겠는데, 살면서 이런 기회 만나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배순탁(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