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호러: 잔혹한 땅, 믿음이라는 테러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포크 호러: 잔혹한 땅, 믿음이라는 테러’는 최근 전 세계 호러영화의 주된 경향인 포크 호러(Folk horror)를 집중 조명한다.

포크 호러는 아리 에스터의 <미드소마>(2019), 반종 피산다나쿤의 <랑종>(2020) 등의 화제작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장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크 호러의 핵심 요소는 시골‧자연이라는 공간과 공동체다. 폐쇄적이고 끈끈한 이 공동체의 연대는 종종 미신과 주술, 의식과 결합되어, 도시로부터 찾아온 방문객을 공포에 몰아넣거나 위협한다.

1970년대 전후, 영국을 중심으로 호러 영화의 하위장르로 등장한 포크 호러는 약 10여 년 간의 전성기를 가졌지만, 80년대 이후 그 자취가 희미해졌다가 2000년대 이후 10년간 전세계 호러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부상했다. 최근 포크 호러의 전지구적인 인기는 70년대 영국 포크 호러 걸작들의 현대적 재해석을 넘어, 세계 각 지역의 민담과 무속을 스크린에 적극적으로 옮겨 오면서 활발히 제작되고 있으며 웹툰에서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포크 호러는 가장 지역적인 요소들과 가장 글로벌한 창작 트렌드가 결합한 장르인 셈이다.

각 지역 작품 선정을 맡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포크 호러 특별전은 한국영상자료원, 스웨덴영화진흥원, 체코영상자료원 등 세계 각국의 영화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고전 걸작에서 최근 화제작에 이르는 총 11편의 장‧단편 영화들을 상영, 포크 호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포크 호러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스웨덴 무성영화 <헥산: 마녀들>(1922)과 포크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불손한 삼위일체’ 영화라고 불리는 <사탄의 피부>(1971), 한국 무속 호러의 숨은 걸작 <악령>(1974), 영국 장르영화의 이단아 벤 휘틀리가 포크 호러를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킬 리스트>(2011) 등 영화사와 흐름을 같이 해온 포크 호러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아시아 장르영화 안에서 포크 호러의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는 필리핀, 일본의 최신작들도 포함, 지역에 따른 포크 호러 장르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영화 상영과 더불어 다양한 행사들도 마련된다. 먼저 포크 호러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다큐멘터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의 감독 키에르-라 재니스를 비롯한 국내외 프로듀서‧프로그래머‧영화평론가‧연구자 등이 참가하는 메가토크는 포크 호러의 탄생과 그 흐름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과 아시아 포크 호러 영화의 특색과 그 비평적 의미들을 찾아보는 주제로 진행된다. 또한 포크 호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책자와 한정판 굿즈도 영화제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