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누아르

반짝이는 상상력과 스타일을 녹여낸 SF 및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소개한다. 메탈 누아르는 당신의 뇌를 차갑게 하고 서늘한 칼날로 심장에 한 길의 상흔을 남길 것이다.

최근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주는 싱가폴 감독 안소니 첸의 <드리프트>는 참혹한 과거를 안고 유럽으로 돌아온 아프리카 난민 여성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작품으로, 차분한 연출과 연기 안에 감정의 무게를 담아내는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성착취가 범람하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만난 한 중년남성과 젊은 여성 사이의 힘 관계가 예기치 못한 전개와 반전을 맞닥뜨리는 <누구도 그녀를 알지 못하다>는 젠더 역학과 성 심리 등 민감한 이슈들에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이 주목할 만하다. 뉴욕 맨하튼 펜트하우스에 침입한 하이테크 예술도둑이 시스템 오작동으로 감금되면서 겪는 고립을 처참하게 담아내는 <고립된 남자>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넘어 ‘고립’이라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나아간다. 미셸 프랑코의 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다비드 조 나나의 두번째 장편 <영웅의 조건>은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관학교에 입학한 청년들이 경험하는 폭력적 시스템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BIFAN에서 아시아영화상 수상을 포함, 세차례나 초청을 받았던 하드보일드 장르 거장 아누락 카시압의 느와르 복수극 <케네디>는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에 선정되어 레드카펫을 밟았다. 뉴욕을 근거지로 단편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인도감독 수디프 칸왈의 장편 데뷔작 <프라이버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2014년 <더미인형 홍훈>으로 부천을 찾았던 컬프 칼자룩 감독이 신예 바타뉴 잉카비밧 감독과 함께 연출한 <업 랭크>는 게임세계에서 신분상승 욕망과 사건에 휘말리는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 <자만 다크>는 파리에서 판타지와 실험적인 작품들로 명성을 날리던 크리스토프 카라바쉬 감독이 고향 레바논에서 만든 암울한 정치적 우화이다.

올해 영어권 선정작으로는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미친 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소비주의 의식 세계를 풍자하는 디스토피아 공상과학물 <디비니티: 영생의 성수>,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음모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신적으로 망가져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저예산 싸이코-스릴러 <모놀리스> 등 두 편의 감독 데뷔작이 소개된다. 또한 욕정에 대한 H.P 러브크래프트의 원작을 각색해 헤더 그레이엄이 주연을 맡은 조 린치 감독의 도발적인 바디 호러 <악의 육체>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