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북한영화 특별상영: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편지

62km 그리고 215km, 서울에서 판문점, 판문점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도합 280km 남짓의,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지금까지 이 거리는 상상할 수도, 아니 애초 있는 지도 몰랐던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로 언제든 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곳.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곳이 지난 몇 달 사이 갑자기 구체적인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다방면에 걸쳐 교류의 가능성들이 터져 나오고있다. 
올해 BIFAN 역시 그저 미지의 나라, 미지의 영역이었던 북한영화들과 만나는 작지만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에는 언제나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 상상이 가장 응축되어 나타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곳의 모습을 가장 쉽게 만나는 기회 또한 영화를 통해서일 것이다. 미지의 나라에서 온 영화라는 첫 번째 편지, 이번 BIFAN에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에서 제작된 3편의 장편과 6편의 단편이 도착했다. 지난 2000년 제1호 북한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최초로 국내에 개봉됐던 괴수영화의 고전 <불가사리>와 북한과 영국, 벨기에가 합작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2016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상 수상작 <우리집 이야기> 그리고 교통질서 준수를 위한 캠페인 ‘만화영화’ 시리즈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 6편이 한국관객과의 설레는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불가사리>는 익히 알려졌듯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제작 중 탈출 후 북한의 정건조 감독에 의해 완성된 괴수영화로 일본 <고지라>팀이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한국 괴수영화의 또 다른 전형을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BIFAN 관객의 환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우리집 이야기>와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는 처음으로 국내에 공식 소개되는 것이다. 특히, ‘만화영화’ 시리즈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는 한때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을 자랑했던 북한 ‘만화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함은 물론 북한이 꿈꾸는 최첨단의 도시라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조를 통해 이루어진 이번 북한영화 특별상영은 아직은 낯설기만 한 한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띄우는 첫 번째 안부 인사가 될 것이다. 최근 남북한 공동제작이나 북한 현지 촬영 등 본격적인 영화 교류에 대한 다양하고 희망적인 논의들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이번 BIFAN에서 마련한 자리가 앞으로의 본격적인 교류를 위한 작은 불씨가 되기를, 그리고 앞으로 서로에게 더 많은 편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영화 편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