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손예진을 ‘청순 멜로 여왕’의 반열에 들게 한, 한국 멜로영화의 대표작.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전지현을 발굴했던 곽재용 감독이 새로운 뮤즈를 만났다. 손예진은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을 짝사랑하는 대학생 지혜와 그를 똑 닮은 엄마 주희의 첫사랑 시절까지 1인 2역을 연기한다. 주희는 군 장성 아버지가 택한 정략결혼 상대 태수(이기우) 대신 가난한 시골청년 준하(조승우)의 순애보에 스며든다.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땋고 소달구지에 걸터 앉은 주희의 첫 등장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걸어 나온 듯한 고전적 정취가 있다. 준하에게 쓴 연애편지에서 함께 걷던 강가의 쪽배, 함께 앉았던 원두막의 안부까지 묻는 주희의 내레이션은 지금도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혜가 되어 조인성과 겉옷을 뒤집어쓰고 빗속을 질주하는 장면, 주희로서 “나 지금 울고 있어”란 명대사를 낳은 조승우와의 눈물 재회씬은 이후 무수한 멜로, 로맨스 작품에서 오마주 됐다. (나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