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이제 곧 아버지가 될 알리는 시리아 전쟁지역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구호물자를 전하는 파일럿이다. 그가 파일럿이 된 이유는 보스니아,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늘 부재했던 파일럿 아버지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아버지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알리는 아이의 탄생을 함께하는 대신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S의 위 협으로 고립된 팔미라 주민들을 다마스커스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민들의 환호와 공조 속에 다마스커스 행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이내 지옥을 방불케 하는 ISIS의 테러, 납치, 참수, 비행기 자살 공격이 이어진다. 서사에 맞춰 사실주의와 초사실주의를 오가는 카메라 구도, 인물 배치, 조명, 화면색 등의 미장센에 음향효과와 음악을 탁월하게 조율하여 몰입감 있게 연출했다. 이 영화로 이란감독 에브라힘 하타미키아는 파즈르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생과 사, 종교와 이념에 관한 근원적 물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 공명심으로 가득 찬 영웅주의나 신파의 통속성으로 절정과 결말의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 엔딩 신과 함께 다큐멘터리와 환상을 유영하는 엔딩크레딧은 카타르시스의 여운을 배가시켜준다. (홍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