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중학교 교사인 후지이는 24세의 생일날 납치당한다. 두 명의 남자는 그녀를 써니라고 부른다. 2003년, 초등학교 친구를 살해했던 여성. 그녀의 사진이 공개된 후, 인터넷에 숭배하는 무리가 나타나 ‘가장 귀여운 살인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성인이 된 그녀는 행방이 묘연했다. 후지이는 난감하다. 부정해도 소용없다. 그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자들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믿거나 숭배할 대상을 만들어내고 신화를 창조해내는 자들. 은밀한 공간에 써니를 숭배하는 무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정말정말 기이한 풍경들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불완전한 자들이 완벽한 대상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쇼. 애초에 모순된 짓이기에 자체 붕괴할 수 밖에 없고, 끝없이 불신하며 분열할 수밖에 없다. 시라이시 카즈야는 살아남기 위해 혼돈을 자청하는 현대인의 가련하게 열정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써니로 의심받다가, 스스로 써니임을 자처하고 마침내 구원자로서 일어서는 여성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뒤죽박죽의 이야기에서, 끝내 감동을 이끌어낸다. (김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