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1979년 알을 깨고 나온 ‘에어리언’은 1997년까지 이어진 ‘오리지널 4부작’을 거쳐, 2012년 은밀하게 시리즈를 재부팅한 <프로메테우스>, 2017년 드디어 ‘에어리언’의 이름을 내 건 < 에어리언: 커버넌트> 그리고 <커버넌트>의 프리퀄로 알려진 2019년 개봉 예정작 < 에어리언: 어웨이크닝>에 이르기까지 장장 40년 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막 시작된 할리우드의 ‘우주 시대’ 흥행 바통을 받아 쥔 <에어리언> 시리즈가 SF 역사에 남긴 영향은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족적 중 가장 독보적이고, 지금도 범접 불가능한 하나를 꼽으라면 시고니 위버의 ‘리플리’가 아닐까. 리플리는 강력한 페미니스트 히어로이자, ‘여전사’의 롤모델로 칭송 받은 한편, 리플리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 육체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한 ‘근육질 변종’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속편에서 리플리의 ‘모성’을 강조한 설정들은 이런 비판을 잠재우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의 <에어리언>에서 리플리는 모든 승무원 중 가장 합리적 판단을 하는 리더이자 이성적인 과학자, 탁월한 생존가이며, 여성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정적인 여성성, 남성성의 이분법에서 자유로운 ‘주인공’로서의 여성.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에 탄생한 리플리가 2018년 영화 속 여성캐릭터들이 닿고자 하는 이상향에 가깝다는 사실은 위대한 여성 캐릭터를 향한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