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시장 박성배는 안남시를 말 그대로 지배한다. 안남시와 관련된 언론인, 검찰, 경찰, 재계의 그 누구도 박성배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성배의 이복동생의 남편이자 강력계 형사 도경도 그 수하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박성배가 저지르는 온갖 악덕을 뒷받침하고 처리해주는 게 도경의 주된 업무다. 출세를 위해 박성배를 희생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검사 김차인은 도경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박성배의 비리를 캐려 한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형사 후배 선모마저 도경보다는 성배의 끈을 잡는 쪽을 택하면서, 이들의 아귀다툼은 안남시를 말 그대로 지옥도로 바꿔놓는다. 치열한 두뇌 싸움이라기보다는 겁박과 공포정치를 통한 계략이 횡행하고, 근사하게 설계된 액션이 아니라 부딪히고 긁히고 멍들고 부러뜨리고 피흘리는, 그야말로 피와 뼈가 갈려나가는 액션이 화면을 뒤덮는다.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할 수 없는 ‘나쁜 놈들’의 의리 없는 전쟁은 대실 해밋의 장편 소설 「붉은 수확」(1929)의 한국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김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