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여고괴담>에서 괴담을 스펙타클화하는 주요 재질 중의 몇 개는 조각과 그림 그리고 사진이다. <여고괴담>의 주요 공간 중의 하나를 미술실로 선택하고 또 중요한 몇몇 인물들에게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손재주를 준 것은 이미지의 괴이함을 영화속으로 끌여들여 공포감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적인 장치를 보인다. 지오의 그림, 버려진 건물 안에서 발견되는 무당의 딸인 진주와 은영이 주고 받은 그림과 조각. 억압적인 교육 속에서 미술 작업은 이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귀중한 통로임과 동시에 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록물이 된다. 또 9년간 학교를 떠도는 진주의 정체를 확인시켜 주는 것 역시 사진이다. 졸업 사진첩은 영화의 ‘사라진 고리’이며 그 고리가 발견되는 순간이 바로 영화의 정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미지와 함께 공포 영화를 작동시키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축은 ‘시간성’이다. 풀 윌먼이 지적하듯이 <여고괴담>에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연대기적 시간과 순환적 시간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간은 또한 역사의 문제를 불러온다. 크리스 베리는 <여고괴담>에서 망령으로 떠도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기억을 읽는다. 여고생들의 몸을 가두는 교복과 ‘미친개’라는 별명의 교사에 의해 대행되는 강압적 교육체계 그리고 숨막히는 건물구조 등은 해소를 기다리며 매년 돌아오는 귀신의 시간을 야기시키는 원인이자 배경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섬뜩한 시간의 복수 그리고 이미지의 광란의 힘과 더불어 <여고괴담>이 무섭게 환기시키는 것은 경쟁을 부추키는 사회와 그에 따른 서로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이다. 진주가 욕망하는 것은 권위에 의해 승인 받지 않고 훼방 당하지 않는 우정이다. 영화가 만들어질 즈음에 횡횡하던 농담.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등은 <여고괴담>이 또한 “사회괴담”임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여고괴담2>에서 귀신을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경악한다기보다는, 아마도 ‘사회의 증후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김소영)